오늘 읽어드릴 책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박하령 작가의 발버둥치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인 유나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유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순탄치 않은 삶]
유나의 아빠와 엄마는 모두 농인이었습니다.
농인이란 청각장애 등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아빠와 엄마 모두 농인이었지만 유 나만은 농인이 아니었습니다. 유나 같은 아이를 부르는 말은 따로 있었죠. 코다란 칠드런 오브 데프 어덜트의 약자로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나는 토론 대회에 나가기 위해 반년 넘게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이미 널리 자랑질을 해놓은 터라 나름 욕심을 가지고 준비해 온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토론 대회 당일 윤아는 대회장을 쫓기듯 빠져나와 무작정 버스에 오릅니다. 유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유나의 엄마와 아빠는 농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녀인 유나는 농인이 아니었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청각 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코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윤아는 엄마 아빠와는 다르게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토론대회도 나갈 수 있었죠.
누나가 반년이나 넘게 준비한 토론대회에서 도망을 친 이유는 희수라는 남자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희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린이 과학 캠프에서 만난 친구였습니다. 미니 게임 로봇을 만들기 위해 전자기판에 납 다임을 하던 중 옆자리에 앉아 있던 희수가 유나를 도와주겠다고 다가오면서 친해지게 된 친구였습니다.
사실 유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희수의 도움을 거절하지는 않았죠.
희주는 다른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아이였기 때문이었어요. 그 아이의 배려가 자신을 향한 호감으로 비치길 원하는 마음에 윤아는 희수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함께 납담을 하던 도중 실수로 희수와 윤아는 머리를 부딪히고 맙니다. 머리를 부딪히자마자 희수는 유나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유나에게는 부모님 외에 그런 따스함을 주는 사람은 희수가 처음이었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 캠프가 끝난 후 유나와 희수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어느 날 둘은 우연히 한 서점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희수는 우연히 만난 유나에게 무슨 일로 여기에 왔냐며 물었습니다. 유나는 왜 갑자기 자신의 입에서 거짓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엄마에 대한 거짓말은 아빠에 대한 거짓말로도 이어졌고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는 거짓말이 아니면 이어나갈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고 맙니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인 주훈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털어놨지만 괜히 짜증만 더 날 뿐 답답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주은이와는 사이가 틀어지고 얼마 후 모의고사 성적도 엉망으로 나오고 희수에게 했던 거짓말을 떠올리니 우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온 딸에게 엄마는 무슨 일이냐며 손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조잘조잘 떠들어대고 싶은 마음은 엄마와의 수화로는 결코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유나는 답답한 마음에 방으로 들어와 마음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차피 엄마와 아빠는 유나의 아우성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토론대회 때 윤아가 대회장을 도망쳐 나온 이유는 희수 때문이었습니다. 굳이 오지 말라고 했던 엄마가 토론 대회장을 찾아왔고 희수 역시 토론대회에 구경을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나는 희수에게 했던 거짓말을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피해 토론 대회장에서 도망을 쳤던 유나는 엄마와의 사이가 껄끄러워지고 말았습니다. 시작은 미안함. 때문이었지만 엄마를 피해서 도망쳤다는 죄책감에 유나는 엄마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이 있던 주말 저녁 유나는 모의고사 준비를 하느라 늦게까지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일 어려워하던 수학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죠. 그때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똑똑똑 거리던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해 탁탁탁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소음의 정체는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소리였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윤아의 엄마는 자신이 내는 생활 소음을 관리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점점 더 신경이 쓰이던 유나는 결국 주방으로 나가 엄마가 쓰고 있던 도마를 번쩍 빼내들었고 도마에 달린 고리를 빼내서 식탁 위에 놓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습니다.유나가 불쑥 나타나 도마를 빼는 바람에 엄마는 손을 베었던 것이었습니다. 엄마에게 사과를 할 타이밍이었지만 짜증이 난 유나는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누나는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의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일정 부분에서는 부모를 보호하고 이끌어야 하는 말할 줄 아는 강자였습니다.유나는 답답한 마음에 친구인 주은이를 불러냈습니다 고은이가 있었던 일을 주훈이에게 털어놓자 주은이는 토를 달기 시작합니다.위로를 받고 싶어서 주은이를 불러냈지만 주훈이는 결코 유나를 위로할 자세가 아니었습니다. 주은이도 자신의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주은이에게 은하는 그래도 너는 대화라도 통하지 않냐며 자신이 제일 힘든 상황에 처한 것처럼 투정을 부렸습니다. 유나나 주은이나 다른 친구인 지수나 승리 역시 모두 저마다의 집안 사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 큰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투정을 부리는 유나에게 주은이는 크게 한 소리를 하고 맙니다. 투정이 지겹다고 말이죠. 결국 유나는 주은이와 결별을 결심합니다.
감기 때문인지 머리가 아파 조퇴를 하고 집에서 자고 있던 유나는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시끌시끌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귀를 기울여 보니 누군가 집을 보러 온 듯한 소리였습니다. 그것은 유나의 가족이 또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유나에게 이 사란 전학을 의미했습니다. 전학이란 세상이 바뀌는 일이었죠. 아이들에게 학교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었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유나는 전학을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싶지도 않았고 주은이 앞에서 보란 듯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희수와도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학을 가지 않기 위해 유나가 생각해낸 배아는 오래전부터 상상 속에서 만나오던 외할머니였습니다.
부모님이 시골로 이사를 가시더라도 외갓집에 들어갈 수 있다면 굳이 전학을 갈 필요는 없었죠.
하지만 유나네는 외갓집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연락이 끊긴 외갓집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연락처를 가지고 있던 이모에게 연락을 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유나는 결국 이모를 찾아갔습니다. 난생 처음 이모를 만났지만 엄마와 똑같은 이모의 모습에 자신의 이모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모 역시 유나를 한눈에 알아봤죠. 다짜고짜 찾아온 조카에게 이모는 무슨 일 때문에 자기를 찾아왔냐며 먼저 본론부터 듣자고 이야기합니다.
유나의 말을 들은 이모는 유나의 엄마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며 안 될 거라고 거절합니다.
하지만 유나는 자기가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오겠다며 허락만 받아오면 외갓집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유나의 말에 이모 역시 외갓집에 한번 얘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이모는 돌아가는 유나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얼마 전 이모를 만나고 온 유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 아빠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전학은 가기 싫다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자기는 시골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이죠. 물론 부모님의 충격을 덜기 위해 외갓집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버지는 말도 안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빠가 유나의 말을 무시하자 유나는 엄마에게 다시 한 번 강하게 의사를 표시합니다. 부모님의 의지는 너무도 강했습니다. 유나의 말은 조금도 먹히지 않았죠. 결국 유나는 선전포고를 하고 맙니다.
어떻게든 이야기가 진척될 거라고 생각한 유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나의 엄마는 유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돌아서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역시 유아를 째려보며 엄마를 달랬습니다. 그 뒤로 유아는 집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엄마와 할머니 사이에는 오래된 갈등이 있었습니다. 유나의 엄마는 원래 정상아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의 첫 딸인 만큼 누구보다 사랑받고 귀염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두 살 무렵 알 수 없는 열병을 앓고 난 뒤 귀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뒤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유나의 할머니는 결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병원을 기웃거렸고 민간 신앙에까지 의존하며 딸의 귀를 치료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느라 엄마는 제대로 된 언어 교육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유나의 엄마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죠. 그럼에도 할머니는 어떻게든 딸을 정상인의 범죄에 밀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엄마에게는 그 어떤 방법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농아 친구를 통해 할머니 몰래 수화를 배웠고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언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는 친구를 따라 농민회 전시회에 갔다가 유나의 아빠를 만났고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빠 역시 농인이라는 사실에 할머니는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자 엄마는 결국 집을 나와 외갓집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연락을 끊고 지내던 와중에 유나가 외갓집에 연락을 했고 외갓집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나의 엄마는 이 모든 일을 외갓집에서 꾸민 일이라고 생각해 외갓집에 연락해 공격을 해댔습니다. 공격을 받은 할머니는 다시 벽을 쳤고 윤아가 외갓집에 들어가는 것을 결국 반대하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유난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펼쳐집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의 딸로 살아가는 유아는 엄마와 조잘조잘 수다도 떨 수 없었고 수아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부끄러워하며 친구에게 거짓말까지 하게 됩니다.
거짓말로 시작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거짓말 위에 또 다른 거짓말을 덧 발라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갈등이 나오지만 윤아는 그 갈등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갈등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에 윤아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통해 결말을 확인해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려 노력할 뿐]
우리 곁에는 실제로 유나와 같은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그 사람에 대해서 그 가족의 삶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그 사람과 그 가족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면 유나와 같은 아이들을 이야기가 조금 더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발버둥치다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필요한 소설이었습니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라 오히려 아쉬웠던 책이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많은 이야기와 고민거리 깨달음을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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