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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리뷰

빈 공장의 기타 소리, 아름답고 슬픈 투쟁

by 음악시간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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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장의 기타 소리 책 표지/ 출처: NAVER

 

이 책은 노래하며 투쟁하는 기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힘든 현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들의 투쟁]


 화가인 주인공은 오래전 문을 닫은 한 공장을 찾았습니다.
 오래전에 문 닫은 공장은 크고 어두웠습니다.
 공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웬 빨랫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해고된 사람들이 이 공장의 뒷마당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작업실을 만들고 싶었던 주인공은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공장에서 지내고 있던 사람들은 그곳이 위험한 곳이기도 하고 안전하지도 않다며 다치면 책임도 져질 수 없다고 곤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저씨들의 말이 된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인공은 그냥 된다는 걸로 이해하고 공장의 작업실을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오래 전 문을 닫아 어두운 공장이었지만 그중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으로 작업실을 정했습니다.
전기도 끊기고 물도 나오지 않는 곳이었지만 공장의 아저씨들은 어디선가 전깃줄을 끌어와 전등을 달아줬습니다. 작업실을 모두 꾸민 주인공은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된 주인공에게 공장 아저씨들은 먼저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얄미워 보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친해지는 건 천천히 해도 괜찮았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아저씨들이 식사하는 자리를 지나가게 됩니다.
 아직 다이어트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저씨들의 성화와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부침개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부침개 몇 조각을 먹고 있던 주인공에게 한 아저씨가 찾아와 휴대폰을 눈앞에 드리랬습니다.
 휴대폰에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문을 닫은 이 공장은 기타를 만들던 공장이었습니다.
 왜 밴드 연습은 안 하냐고 묻는 주인공의 말에 아저씨들은 주인공의 작업실에 찾아와 밴드 연주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인건 아저씨는 녹은 음은 부르지 못했습니다.
베이스 기타를 맡고 있는 강봉 아저씨는 베이스 기타 초보였습니다.

 카온을 맡고 있는 자촌 아저씨는 소리만 듣고도 어느 계절에 기타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잘 못했습니다. 기타를 맡고 있던 당태 아저씨는 무뚝뚝해서 말 걸기는 어려웠지만 친해지면 소년같이 고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저씨였습니다.
이렇게 주인공과 조금씩 친해져 가던 아저씨들은 주인공이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면 종종 찾아와 작업을 구경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밤새 작업을 하던 주인공은 처음으로 아저씨들이 아침 일찍 어딘가에 다녀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실 아저씨들은 몇 년째 새벽마다 거리로 팻말 시위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기타를 만들던 공장은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았고 아저씨들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회사는 형편이 어려워 문을 닫는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장을 외국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아저씨들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공장을 재가동하고 복직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른 새벽 공장은 부서졌습니다. 공장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났죠 주인공과 아저씨들을 도와줄 줄 알았던 경찰들 역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저씨들은 공장을 부순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길거리에 일곱 번째 천막을 지었습니다. 그동안 천막은 불법이라며 여섯 번이나 부서졌습니다.

그럼에도 아저씨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너져내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오늘 읽어드린 빈 공장의 기타 소리는 빼앗긴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공장 뒷마당에서 천막을 치고 오랫동안 투쟁해 온 기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콜트콜텍 사태를 담고 있습니다.
콜트콜텍 사태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영호 콜텍 회장은 2007년 7월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며 1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합니다.

노동자들은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09년 법원은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2년 대법원에서 판결은 다시 뒤집히고 맙니다.
미래를 대비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말이죠.

이후 당시 대법원의 결정은 박근혜 정권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이의 재판 거래 대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2019년 정리해고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박영호 콜텍 사장이 노동자 측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노사 교섭은 결국 뚜렷한 합의 없이 결렬되고 맙니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사과와 정년 전 명예복직

해고 기간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기업 측에서는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는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지금까지 책 빈공장의 기타 소리와 이야기의 배경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비난의 화살표는 누굴 향해야 할까]

 우리는 간혹 뉴스를 보며 회사를 상대로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 리 없는 우리는 그들의 투쟁을 보며 무모하고 안타깝고 때로는 불편해 보이기도 하는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냐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들의 가까운 지인들마저도 그들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기업에게 많은 혜택을 줍니다.
좋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돕고 다양한 세금 혜택을 주고 각종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자신들이 받는 혜택을 노동자나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당한 해고를 당했을 때 투쟁을 하기보다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개인에게는 더 편하고 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런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결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비난의 가사를 아무런 잘못 없이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돌려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을 내 팽개쳐 버린 기업에게 돌려야 하는 걸까요.
 꼭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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