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더는 200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4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어머니의 역할은 배우 김혜자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어머니를 연기해 왔던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큰 변신을 꾀합니다. 아들의 역할을 만든 배우 원빈도 지금까지 연기해 왔던 배역에서 크게 벗어나 바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누가 범인인가, 모성애란 무엇인가]
약재상을 운영하는 혜자에게는 지적 장애를 지닌 아들 도준이가 있습니다. 스물여덟살 성인이지만 지적 능력은 어린아이입니다. 그런 도준이에게서 혜자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평화로웠던 마을에서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현장에 남아있던 증거를 바탕으로 도준이 용의자로 몰리며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혜자는 벌레도 죽이지 못하는 아들이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아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도입부]
처음 영화의 제목과 줄거리를 접하면 어머니와 아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어버립니다. 영화는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무표정인 김혜자가 춤을 추면서 시작합니다.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쓸쓸한 들판에서 혜자는 눈을 가리고 입을 가리며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춥니다. 조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전혀 흥에 겨워 보이지 않는 표정에서 불안함과 공허함, 긴장과 슬픔이 느껴집니다.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 도입부는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와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두가 예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 영화의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다시 등장합니다.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진범을 찾던 혜자는 결국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혜자가 진심을 알게 된 후에 그 장면이 다시 등장하는 것입니다. 오프닝 장면에서 의문을 품고 있었던 그 춤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모성애라는 주제]
아들밖에 모르는 주인공 어머니는 작품 내에서 한 번도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크레딧에서도 어머니라고만 적혀있고 극 중에서도 그저 누군가의 엄마로서 존재합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보편적인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모성애가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혜자는 스물여덟 살의 아들을 어린아이 보듯 따라다닙니다.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후에도 아들의 결백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없이 행합니다. 심지어 그 일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식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모성애가 점점 이기적인 형태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성애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을 뜻합니다. 과연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애정인지, 아니면 집착인지 모성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모성애 뒤에 숨겨진 광기를 보여주며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어머니의 운명을 그립니다.
무엇보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김혜자 배우의 연기력이 삐뚤어진 모성애를 납득시키게 만듭니다. 왜 봉준호 감독이 이 배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했는지 수긍하게 만듭니다.
[후기]
이 영화는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 김혜자, 원빈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모두 삼박자로 잘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아름답고 눈물만 안겨주던 모성애를 그리는 보통의 영화들 속에서, 어긋난 모성애를 통해 놀라움을 넘어 슬프기까지 합니다. 아들의 살인을 덮기 위해 주인공 어머니의 꼬리를 무는 악행을 비난할 수 있어도, 어머니의 모성애 자체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반전 영화이자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맞추면서 예술적 의미가 상당했던 영화 '마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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